반달이 골목 끝을 가로막던 밤이었다.
그가 줄장미 번져 오른 담벼락으로 갑자기 나를 밀어부쳤다.
블록담의 까슬함만이 등을 파고들던 밝지도 어둡 지도 않는 첫 키스의 기억.
사랑이란 그렇게 모래 알갱이만한 까슬한 감각 을 몸속에 지니는 것.
해마다 줄장미가 벙글어 붉은 꽃을 피울 때마다
내 오랜 사랑, 작은 모래알에서 자갈이 되었다
어느 새 구르지도 못하는 억센바위가 되었다.
물길을 내고 싶어 정으로 바위를 쳐 내렸다.
텅텅 소리를 내며 튕겨나 발등 에 남겨진 피멍, 흐린 날이면 어김없는
날궂이로 상처가 덧나곤 했다.
바람이 헛된 책장을 넘긴다.
엎드린 채 꽃보다 가시울 키우던 등위로 피가 흐른다. 검은 피가 강처럼 흐르고
내 마음 속 어디선가 쉴 새 없는 정 소리 에 흔들리기 시작하는 바위.
구르며 부서지며 비로소 물길을 낸다. 짙은 가 시울로 깊어지며 흩어지는 모래 알갱이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