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추억이 되어버린 어제를 더듬어 본다
아무리 평범한 일상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게
신비롭기까지 하다.
초가을의 숲으로 들어가 본다
햇빛이 살며시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한여름의 강렬한 볕은 아니지만
곡식이 익을만큼의 위대한 힘을 가졌다
초가을의 하늘은 맑고 푸르다
떠 다니는 구름초자도 말갛게 보이는날
"남들은 정상에 오르기 위해 산을 오른다 하지만
나는 내려가기위해 산을 오른다
그래서 내게 산행은 등산이 아니라 하산인 것이다"
어느 책에서 읽은 한 구절이다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산을 내려와야 하는것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람사는 이치또한 이와 같다는 생각이든다
산을 오르듯 정신없이 앞만보고 지내온시간
이제는 내려가면서 작은것에도, 그늘진곳에도, 옆에도
관심있게 바라보아야 할 것같다
초가을의 산에는
나무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겸손하게
맑은 공기를 선사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주고있다
간혹 보이는 멧비둘기들은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전혀없다
마치 구김살 없이 크는 아이들같다
산에선 계절마다 다른느낌과 다른냄새가 난다
이 가을에 풍기는 숲의 향기는 향긋한 나무냄새
작은 계곡엔 물줄기 시원스레 흐른다
바위를 씻기어 흐르는 물줄기는
아무리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다
흐르는 물소리는 머리를 맑게 하고
단순한 반복이면서 지루하지 않는 변주가 있다
산속에는, 숲길에는
나무와 새와 꽃만 있는게 아니다
고요하면서도 한가로운 평화가 있고
너그러움이 있으며
마음을 씻어주는 그 무언가도 있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