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 고 은영 -
크림색 코트 깃을 세우고
베토벤의 악장에서
짙은 커피 향를 풍기며 막 뛰어나온 듯
따뜻하고 신선한 그는
지성으로 똘똘 뭉친 멋스러운 남자다
그는 완벽한 색감의
지성미와 세련미를 갖추고
성큼성큼 내게로 걸어와
온통 암갈색의 감성으로 출렁이다가
충동적인 우아한 춤을 청한다
바람 따라 흐르는 모데라토 음조
다시 잠식하는 아다지오 느린 템포
강약과 여림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라베
저 황홀한 아리아로 흐르는 축제의 로망
그는 나를 설레게 하고
그리운 그리움으로 울게 한다
밤의 불면 위에 투명한 영혼의 옷을 입히고
밤새 몽환에 젖은 사랑을 무시로 확인하는
뜨거운 키스를 원한다
눈물로 쓴 장문의 편지를 원하고
자유와 갈망을 위한 구속으로
내가 버티고 있는 내 몸의 생애 지문들을
구석구석 서늘한 혓바닥으로
독식하며 더욱 짙게 그려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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