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공간(좋은글과 말씀)

탑을 쌓는다

쎌리하성 2007. 8. 23. 15:04

      탑을 쌓는다 김성덕 산다는 건 탑을 쌓는 일인가 땅을 고르고 돌을 골라 반듯하게 깨고 다듬으며 조금이라도 더 높이 쌓으려고 층층이 켜켜이 욕망과 허울을 붙잡아 세우고 상실과 상처의 틈새도 빈틈없이 채웠다 처음에는 내가 탑을 쌓고 있었지만 어느 해부터인가 탑이 나를 세우고 있었다 허상의 탑 중간에 서있을 때 바람은 더욱 거세어져 더 오르지도 못하고 내려서지도 못해 안절부절하는 나 이젠 내려가야 하는데 후들후들 관절의 비명이 가슴팍을 후려졌다 높이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길이 얼마나 아득한가 내가 쌓은 돌층계 너머로 어디선가 다가온 새벽이 희미한 어둠을 베어 물고 미소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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