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 짬뽕 습작글들

가을 북한산에 다녀와서..

쎌리하성 2007. 5. 31. 02:12

가을 북한산에 다녀와서..


모처럼만에 북한산을 찾았다.....

배속에 있는 나쁜 가스들을 내 뿜고 오려고 나선 어제의 산행..

내가 준비한건 아주 큰 꿀배 하나,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넣고 맥가이버 칼,


쓰레기 버릴 검정 비닐봉지,휴대용 휴지, 집에 있던 아주 쪼그만

장식용 보드카 한병,육포 조금,등을..작은 어깨 가방에 넣고..


10년도 넘은 편한 돌청바지에 청바지와 잘 어울리는 박스형 스타일의

줄 무늬 캐쥬얼 남방과 그 위에 청 쪼끼 걸치고..

목에다가 살짝 두른 빨간색 등산 수건..


무릎까지 올라오는 등산 양말 신고 손가락 반이 나오는 가죽장갑 끼고..

그리고 혹시.. 산삼"을 볼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팡이를 챙겨 넣었다. 그 산삼이 착한 사람들 한테만 보인다구 하니까..


아침 열시가 조금 넘어서 집에서 부터.. 북한산 등산로 입구까지..

1시간을 조금 넘게 걸었다. 등산을 위한 워밍업은 충분히 되었고

이마에 땀이 살짝 끈적이기도 했지만.. 쾌적한 오전이었다.


등산을 위한 입구를 거쳐 깔딱 고개 까지는

한시간이 조금 안되는 거리인데..

그곳에서 보온병의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시며..숨 한번 깔딱 돌리고

거기서 부터는 어마 어마한 바위산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 산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여전히..


보드카를 입에 조금씩 대며.. 다시 오르기를 40여분쯤..

백운산장" 이라는 북한산의 쉼터가 눈에 들어왔고

그곳을 지나 15분 정도를 더 올라가면 이제 ..

백운대 정상이다... ..... .......... 후련하다.....


산에 오르는건 산이 거기 있어 오른다지만..

그래도 정상에 올라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그 짜릿한

즐거움을 만끽해서 이고.. 적당히 땀을 낸 상태에서..

정상의 바람을 맞다보면.. 참으로 후련하고 통쾌함을 느낄수 있어

그렇게 산에 오르고 또 정상을 밟으려 하는것이 아닐까?..


주변은 단풍으로 가득차 있었고 주황색과 빨갛다 못해..

뻘건색으로 채색된 나무와 새소리.. 이 새는 아마 까마귀 같다.


언제부터 까마귀들이 이렇게 산 정상을 지키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까마귀들이 신선 흉내를 내고 있는듯 싶다.


누우면 정말 하늘과 많이 가까운 느낌이 들고 내 코앞의 공간을

자르는 바람소리 또한 모처럼만에 들어보는 소리였다.

그렇게 내려다 보이는 산 아래에서는 잘 모를것이다.

이 주말을 앞둔 평일에도 그 맛을 누리려고

참.. 많은 사람들이 이길을 걸었던 까닭을..


한쪽에 가서.. 등산의 큰 재미중..하나인 배 깍아 먹기" 시간이 다가왔다.

정말 큰 배다..입맛을 다시며 깍기 시작했고 한쪽을 잘라서 입안에

넣는 순간.. 음.. 그 시원하고 달콤한 느낌에 혀 바닥위로 올라가는

배"만의 향기..나는..누구든 등산을 가는 사람들에게 꼭 이 시간을

권하고 싶다.


산을 내려 가면서 아까본 그 백운산장에 들러 따끈한 잔치국수

한그릇과 단맛이 깊은 막걸리 한사발.. 그리고 이곳에서만 맛보는...

김치 냉장고도 못 따라오는 맛있는 김치..를 먹고..


한쪽으로 자리를 옮겨 쉬면서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다시... 꽤 내려오다 보니.. 깔딱 고개를 만났다.


뜻밖의 일이 있었다. 작년에 정년퇴직을 하시고 산행을 즐긴다는

50대의 아저씨가.. 깔딱 고개의 벤취에 앉아서 트럼펫"을 불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앉아서 모처럼만에 트럼펫 소리를 즐기고 있었다.


두곡의 연주가 끝나고.. 사람들은 자리를 일어섰고..

나는 더욱 그 아저씨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한마디를 던졌다.


참..좋은 취미를 가지고 계십니다" 라고 인사를 건네고 두런 두런

몇 마디의 대화를 했다. 교사를 퇴직하고 이렇게 산행을 하면서..

평소에 전부터 이 트럼펫을 불고 싶어던 소망을 이루며

살고 있는분 이셨다.


트럼펫을 불고 싶었던 동기.. 가격..배우는 과정.등 궁금한 것들을 묻고..

나 역시도 막연히 꿈꾸어 보았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일어나서

 

30여분 남은 하산길을 재촉했다.

혹시나의 생각으로 그려 보았던..

 

그 산삼은.. 냄새 조차 맡을수 없었고


등산로 옆으로 줄을 쳐 놓고 들어가면 벌금 이라고 엄포성 문구를

써 놓았는데..다른 생각은 아예 할수도 없었다. 가져온 그 지팡이는

괜한 짐만 되어 버렸고 앞만 보고 가야했다.


내려가는 길에 오른쪽 발에 다소의 진동을 받아 무릎부분

안쪽이 꽤 당겼다. 다시 출발점에 도착 한건.. 오후 4시..



이렇게............

가을산의 중간에 들어가서 그 향기를 품고 돌아온걸로도..

남은 가을을 조금 홀가분 하게 보낼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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